다문화정책에 가려진 비가시화된 이주자들(migrants)

기자수첩/칼럼

다문화정책에 가려진 비가시화된 이주자들(migrants)

정혜실(다문화가족협회 대표)

이제 한국사회에서 '다문화(multiculture)' 라는 말은 유치원 아이들도 아는 말이 되었다. 그만큼 다문화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라는 사회철학적 의미가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토의되고 합의되어 유포된 것은 아니다. 현재의 '다문화' 에 대한 함의는 그저 결혼이민자여성을 지칭하거나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축약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정작 이주자(migrant)로서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한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놓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이주자들의 구성 비율 중 가장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사회 산업기반에 있어서 꼭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이주노동자(migrant labour)이다. 외국인의 유입 통계에서 6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결혼이민자여성들이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난민(refugee)들이 있으며, 외교관이든, 유학생이든, 상사주재원이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 언론, 정책, 교육, 복지 등의 부분에 있어서 이주자들과 관련한 많은 일들이 '다문화' 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결혼이민자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자녀들에 대한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다른 이주자들에 대해서는 비가시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오로지 '불법체류자' 에 대한 위험성과 범죄성을 부각시키면서 그들이 주어진 기한 내에 노동을 하고 돌아가지 않음에 대해 통제와 관리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가하면 기지촌 혼혈인의 삶과 그 역사 그리고 현재에 대해 침묵하고 있거나 과거의 정책적 오류에 대해 어떤 정부관계자도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 베트남전쟁과 베트남교역 이후 계속해서 존재하는 라이따이한의 존재에 대해서도 우린 같은 방식으로 문제 삼기를 원치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한국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온 화교돌에 대해서도 여전히 우리 안의 타자로서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있을 뿐, 그들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편 국가적 위기와 내전 또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에 대해서는 전혀 사회적 보장장치나 그들을 수용하는 난민수용국가로서 그 위치에 걸 맞는 정책은 차라리 없다고 보는 게 옳다.

난민을 심사할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의 부족과 몰이해가 문제일 뿐 아니라 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경제적지원과 주거안정의 문제를 도외시 한 채 마치 이주노동자로서 알아서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상활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라는 말로 마치 한국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관용하는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주자 당사자들과 엔지오 활동가들은 한국사회의 문화우월주의와 가부장적인 가족구조와 관습 그리고 백인숭배적인 태도들이 어떻게 이주자들의 삶을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억압하고 있는지 비판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수많은 인권침해적인 차별이 바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은폐된 인종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족, 다문화아동, 다문화정책, 다문화교육 등등 넘쳐나는 다문화와 관련 된 여러 가지 다양한 용어와 정책과 교육의 봇물 속에서 우리가 이제 더 이상 간과하지 말아야 것은 '다문화' 로 포장 된 한국사회의 허구적 다양성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이주자들의 삶이며, 그 이주자들의 삶조차도 획일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들' 이라는 타자에 대한 범주화로 끊임없이 대상화 하는 모습을 지양하고 '우리' 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해 보는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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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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