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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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

 

문재인 대통령님 !

저는 동포취업방문비자 (H-2)를 받아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동포 3세인 김알렉산드라(여, 56세)입니다. 제가 광주에서 살아온지 벌써 5년째 됩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태어나 자라온 우즈베키스탄에 2번 다녀왔습니다. 

한번은 3년비자가 만료돼서 갔다왔고요. 한번은 우즈벡 여권기간이 만료돼 여권 갱신차 다녀왔습니다. 다른국가는 여권기간이 만료되면 한국주재 대사관에서 여권을 갱신해 주지만 우즈베키스탄과 다른 중앙아시아국가는 반드시 자국에 돌아와야만이 여권을 갱신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도 있지만 저는 그래도 이런 불편을 얼마든지 참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즈벡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현지에서 졸업한 제딸 이리나(여, 22세)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딸은 고려인 4세라는 이유로 제가 받은 방문취업비자(H-2)를 발급해 주지않아 지난 2016년초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 받은 비자는 (C-3-8) 3개월 비자였습니다. 이 비자는 5년비자라고 찍혀있지만 3개월에 한번씩 자국이나 러시아로 갔다가 다시 비자를 받아야만 하는 이상한 비자입니다. 게다가 일도 할 수 없는 비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6번을 비용이 덜드는 러시아 연해주로 출국했다 돌아오는 이상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속도 모르는 한국인들은 ‘돈이 얼마나 많기에 남들은 한번도 가보지 못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그렇게도 자주가느냐’ 며 부러워하는 여행입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게다가 근로마저 불법이지만 살아가야하기에 야근만을 전문으로 하는 공단근로자로 취업해 숨죽이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출입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자 그나마 어렵게 찾은 일자리에서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조부모와 부모들은 “언젠가 꼭 돌아가야할 조국이 한국이기에 너희는 잊지말아야한다” 며 “본이 경주라며 꼭 조국에 돌아가면 경주김씨의 친지들을 만나보라” 는 유언을 하고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저는 돌아갈 조국이 있는 고려인의 후손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조국은 저희 고려인동포를 외국인으로 바라보며 온갖 차별과 냉대를 일삼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상한 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문화가족 지원법이라는게 있는데요. 그법에 따르면 이주한 외국인중 가장 대우를 잘받는 1순위가 국제결혼 다문화가족(지원이 넘쳐남)이고요. 2순위가 북한이탈주민(의료, 주거, 교육, 생계비, 취업지원 등), 3순위 재정착난민(영주권부여, 취업지원, 의료지원 등) 이나 난민신청자, 4순위 외국인근로자(고용안정, 의료지원 등)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며 ‘가장 대우를 잘 해야 한다’ 는 고려인동포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아무런 지원도 없이 강제추방을 일삼고 있는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지난 7월 말 저희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는 법무부 규제개혁 신민철 담당관이 고려인동포 4-5세 실태를 파악하고자 고려인마을 방문했습니다.

이에 저희 딸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 하려고 고려인마을지원센터를 방문했으나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동포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그마저 하소연 할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저와 같은 아픔을 지닌 고려인동포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또한 광주고려인마을에는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를 비롯해 초.중.고 학생이 400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고려인 4-5세 자녀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에 한국이 조국인줄 알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부모와 이산가족이 되어 또다시 유랑민의 애처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희들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입니다. 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운동 국가유공자들처럼 선조들이 흘린 핏값에 대한 보상금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국적이나 영주권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숨죽이며 살더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체류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인데요. 재미동포나 해외동포들이 체류국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국내로 귀환할 경우, 부여하는 재외동포비자(F-4, 3년에 한번 비자연장)를 주고 국내 미풍양속을 해치는 직종을 제외한 일터에서 자유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조국은 이를 거부하며 오늘도, 내일도 저희 자녀들은 날마다 가방을 싸고 비자연장을 위해 이 땅을 떠나야 합니다. 부디 저희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귀를 기울여주셔서 체류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광주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김알렉산드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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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일보 ] 김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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